무식하고 거친 태일이 마침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난다.
무식하고 거친 태일(황정민)은 친구인 두철의 밑에서 시장 사람들의 사채를 관리한다.
마흔이 되도록 장가도 못 가고, 형의 집에서 얹혀살면서 가족의 속을 썩이지만
나름대로 채무자들의 사정을 봐주기도 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
어느 날, 이자를 못 받고 있다는 부하의 보고에 두철은 태일에게 병원에 가서 이자를 받아오라고 시킨다.
채무자의 병실에 도착한 태일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눈빛의 호정(한혜진)을 만나게 된다.
병실에 누워있는 호정의 아버지를 협박하는 태일의 일당에게 호정은 결국 신체포기각서를 찍게 된다.
영혼 없이 각서에 지장을 찍는 호정의 모습을 보는 태일은 낯선 감정을 느낀다.
태일은 우연히 마주친 호정의 주변을 돌면서 그녀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호정의 사정을 알게 된 태일은 그녀가 걱정되는 마음에 조언을 하지만,
태일의 무서운 얼굴과 서툰 화법은 그녀를 화나게 만든다.
안쓰러운 호정을 보면서 태일은 그녀의 모든 채권을 사기로 한다.
호정의 신체포기각서 대신에 새로운 각서를 가지고 그녀를 찾아간다.
새로운 각서의 조건은 호정이 태일을 하루에 한 시간 동안 만나주면 각서의 네모칸에 색을 칠하고,
각서의 모든 칸에 색칠을 칠하면 채무관계가 모두 끝나게 된다.
호정은 고심하지만, 돈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태일의 제안을 수락한다.
그렇게 그 둘의 어색한 만남이 시작된다. 만남이 계속될수록 평생 한번 사랑한 적이 없던 태일은
이제야 자신이 호정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태일은 갑자기 옷에 신경을 쓴다. 또한 호정의 아버지 병실에 찾아가서 극진히 병간호를 한다.
태일의 마음을 안 호정은 그와 같이 밥을 먹는다.
둘은 같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산책을 한다.
소박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태일과 호정.
겉보기와는 다른 태일의 순수함과 자신의 아버지를 챙기는 모습에 호정은 조금씩 마음을 연다.
우연히 시장바닥에서 사람을 때리는 태일의 모습을 호정이 보게 된다.
태일을 오해한 호정은 다시 그를 멀리하게 되면서 돈을 갚을 테니까 다시는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고 말한다.
그런 호정에게 태일은 자신의 진심을 전한다. 호정을 사랑한다고.
매몰찬 호정에게 상처를 입은 태일은 술에 취해 그녀에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소리친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 호정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태일은 알게 된다.
쓸쓸히 있을 호정이 걱정된 태일은 곧바로 빈소로 찾아간다.
묵묵하게 자신의 곁을 지켜준 태일에게 호정은 다시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소박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호정은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태일에게 사채업을 그만두라고 말한다.
태일은 호정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두철에게 일을 그만둔다고 말하지만, 두철은
이제까지 벌려 놓은 일은 마무리하고 그만두라고 말한다.
뇌종양에 걸린 태일은 호정을 위해 마지막 큰 건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태일은 냉정하게 채무자들을 몰아세운다. 그 과정에서 태일은 쓰러지고 만다.
병원에서 일어난 태일은 자신이 뇌종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랫동안 아버지의 병간호를 했던 호정에게 차마 태일은 자신의 병을 알릴 수 없었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호정은 태일에게 조그만 치킨집을 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으면서 행복하게
살자고 말한다. 태일은 그런 호정에게 돈이라도 남기겠단 마음으로 두철이 제안한 큰 건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두철을 믿은 태일은 호정의 돈을 도박판에 모두 걸었다. 순조롭게 흘러가던 도박판에 불청객이 난입한다.
불청객은 두철의 부하였다. 두철에게 속아 호정의 돈을 모두 잃은 태일은 그녀를 볼 면목이 없었다.
가게를 계약하지 못한 호정은 태일에게 무슨 말이라고 하라면서 고함을 친다. 표현이 서툰 태일은 미안하다는 말 대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버린다. 식당에서 시비가 걸린 태일을 군인들을 폭행하고 경찰에게 구속된다.
태일을 2년 후 형무소에서 나온다. 출소하자마자 호정을 찾아간 태일은 절망감에 지친 그녀를 마주친다.
하지만 호정은 냉정하게 태일을 대한다. 이제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태일은 호정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한다.
두철을 찾아간 태일은 자신이 얼마 못 산다고 말하면서 호정의 돈만 돌려달라고 애원하다.
두철에게 돈을 돌려받은 태일은 마지막으로 호정을 찾아가 통장을 건네주다가 갑자기 통증이 밀려와 그녀를
안간힘으로 껴안는다. 홀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군산을 떠나기로 한 태일은 우연히 호정을 보게 된다.
소개팅을 하고 있는 호정의 모습을 보면서 슬픈 듯, 기쁘게 웃으며 그 자리를 떠나려고 하지만,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병원에서 깨어난 태일은 자신의 병원비를 호정이 계산한 것을 알게 된다.
호정 역시 2년 전 그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외롭고 힘들었을 서로의 얼굴을 보며 오열한다.
태일은 호정의 병시중을 받으며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
죽음을 맞이하는 태일의 모습을 보면서 호정은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하염없이 흘린다.
태일은 하얀 꽃에 파묻혀 그렇게 호정의 곁을 떠난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무 생각 없이 막사는 깡패가 어느 날 한 여자를 만나서 사랑을 하고 마지막에 죽는다는 뻔한
줄거리이지만,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나 좋았다. 특히 황정민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볼 충분한 이유가 된다. 만약 당신이 기분 좋게 술 한잔 마시면서 이 영화를 본다면 부끄럽지만
엄청나게 울게 될 영화이다. 이성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이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태일이 아버지에게 말하는 대사는 당신의 눈물샘을 자극할 것이다.
" 아버지, 나 사실 장가갈 뻔했었다. 근데 내가 다 망쳤어. 저기 시장 앞에 수협 있지? 거기 다녀.
얼굴도 이쁘고 완전 효녀야. 자기 아버지 몸져누워있을 때도 오랫동안 병시중 했었어. 그런 애한테
어떻게 내 병시중까지 하라 그래... 걔 만나면 잘해줘야 돼 아버지. 아버지 아들이 진짜 사랑하는 여자야."
댓글